샘플북

*** 프롤로그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낀 기차역 승강장에 한 여자가 서 있다.

 

키가 아주 크고 살집도 좋은 여자다. 옛날 동전 무늬가 있는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데 주위를 압도하는 기운이 넘쳤다.

 

틀어 올린 머리카락은 눈처럼 하얗지만 포동포동한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다.

 

알록달록한 유리구슬이 달린 비녀를 꽂고, 검은색 털목도리를 두른 모습이 아주 세련되었다.

 

여자는 오래되어 보이는 큼직한 여행용 가방을 옆에 두고서 즐거운 모습으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승강장에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때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더니 여자의 털목도리가 움찔움찔 움직였다.

 

여자는 당황하며 목도리를 손으로 누르고는 타이르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스미마루.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사람이 없다고 아무도 안 볼 거라 장담할 수는 없잖습니까.”

“우냐아아.”

“털목도리 흉내도 이제 지루하시죠?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부탁이니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아, 그래요! 얌전히 있어 주시면 최고급 해산물 도시락을 사 드리지요.”

“냐아앙!”

 

검은색 털목도리는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울더니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여자는 마음이 놓이는지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였다. 안개 저편에서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기차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스미마루, 드디어 기차가 오는군요. 자, 이제부터 즐겁게 여행을 시작합시다. 여기저기 여러 곳을 돌아보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는 거예요. 그러다가 새로운 과자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떠오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지요.”

 

여자는 즐겁게 웃으며 여행용 가방을 집어 들었다.

 

***

 

 


 

베니코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사람, 사람, 사람. 사람이 가득해서 아주 혼잡했다.

 

“이런, 이런. 꽤 오랜만에 이렇게 큰 기차역에 오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붐비는군요.”

 

그렇다. 베니코는 큰 기차역에 와 있다. 수많은 노선이 모이는 역이다. 역 안에는 많은 가게와 기념품점이 있고, 가게마다 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베니코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구석진 곳을 골라 걸으면서 목에 두른 털목도리에 말을 걸었다.

 

“이제 슬슬 목적지를 정해야겠습니다. 스미마루, 우리어디로 갈까요?”

“냐아옹.”

 

털목도리가 희미하게 울었다.

 

“오호, 고속 철도를 타 보고 싶으시다고요? 으음, 그것도 괜찮군요. 모처럼 고속 철도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나가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침 매화꽃이 한창인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은데…….”

 

베니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여행용 가방을 들고서 매표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도시락 가게에 들러 도시락도 다섯 개나 샀다.

 

“후후후. 조금 욕심을 내 버렸지 뭡니까. 죄다 맛있어 보이니 뭘 먹을지 고를 수가 있어야지요. 아, 물론 스미마루가 좋아하는 최고급 해산물 도시락도 샀습니다.”

“냐아앗!”

“후후. 여행을 떠나면 지갑이 가벼워진다더니 역시 그 말이 맞습니다.”

 

베니코는 표를 사서 기차에 올라탔다.

 

“흐음, 어디 보자. 제 자리는…… 7열 D로군요.”

 

7열 D자리는 통로 쪽이었다. 창가 쪽인 E자리에는 이미 다른 승객이 앉아 있었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무슨 일인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갑자기 앉는 것도 실례인 듯싶어 베니코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실례합니다. 옆 좌석이온데 앉아도 되겠습니까?”

 

달리는 기차 안에서 유리코는 죽을힘을 다해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텅 빈 위장이 울렁울렁 튀어나올 것만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다름 아닌 멀미 때문이다. 멀미가 나서 속이 메슥거리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차, 기차, 비행기, 유람선……. 유리코에게 탈것은 무엇이든 죄다 쥐약이다. 탔다 하면 곧바로 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할 것 같았다.

 

덕분에 소풍도 여행도 즐거웠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

 

친구들은 “괜찮아?” 하면서 걱정했고, 심술궂은 아이들은 대놓고 싫어했다. “몸이 안 좋은 애가 끼어 있으면 신나게 놀 수가 없다니까.”라고 들으라는 듯이 밉살스러운 말을 한 적도 있다.

 

유리코도 주위에 폐를 끼치는 게 늘 미안했다.

 

그렇다고 자기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를 타면 결국 하얗게 질린 얼굴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먹고 마시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수다도 떨 수 없다. 입을 열면 바로 토해 버릴 것 같으니까.

 

‘아아, 이럴 거 뻔히 알았으면서 왜 기차를 탄 걸까?’

 

대학생인 유리코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인 리코라는 친구가 있다. 유리코는 살던 곳에서 대학에 진학했는데, 리코는 먼 도시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직장에 다니는 리코는 좀처럼 휴가를 낼 수 없고, 멀리 나오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유리코가 수업을 하루 빠지고 리코에게 놀러 가기로 했는데, 리코가 사는 도시까지 가려면 아무래도 기차를 타는 편이 빨랐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기차를 탔고, 역시나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리코는 왜 굳이 이렇게 먼 곳에 있는 회사를 골랐을까? 그냥 고향에서 회사를 다녔으면 좋잖아.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일도 없을 텐데…….’

 

이렇게 속으로 넋두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덜커덩.

 

다시 기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역에 가까워져서 속도를 줄이는 모양이다.

 

“으읍!”

 

유리코는 부랴부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수건에 미리 자몽향 향수를 묻혀 두었다. 상큼한 향기를 맡으면 메스꺼움이 조금이나마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러곤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거야. 어쨌든 머리를 비워야 해. 그러다 보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할 거야. 분명 얼마 안 남았어. 그래,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갈 거야.’

 

그러나 여전히 속이 안 좋다.

 

‘아아,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실례합니다. 옆 좌석이온데 앉아도 되겠습니까?”

 

이상한 말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코는 힘들게 눈을 떴다. 기모노를 차려입은 커다란 여자가 옆에 우뚝 서 있었다. 나이는 가늠이 안 되었다. 머리카락은 새하얀데, 얼굴은 주름 하나 없이 반들반들하다. 틀어 올린 머리에는 세련되게 비녀를 꽂았고, 목에는 검은색 털목도리를 둘렀다.

 

“아, 네, 앉으세요.”

“고맙습니다.”

 

여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끄응 소리를 내며 유리코 옆에 앉았다.

 

‘꼭 씨름 선수 같은데……. 아, 지금 이야기하는 동안 30초는 지났겠지?’

 

유리코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여자는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주섬주섬 풀기 시작했다.

 

봉지에서 도시락이 나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나오고 또 나오고…… 여자는 자꾸만 도시락을 꺼냈다.

 

가지각색 도시락이 다섯 개나 됐다.

 

갓 지은 쌀밥 도시락, 지역 특산물 도시락, 고급 반찬 도시락, 고기덮밥 도시락, 거기에 최고급 해산물 도시락까지.

 

“여행의 즐거움이라 하면 역시 도시락을 빼놓을 수가 없사옵니다. 다만 너무 욕심을 내서 많이 사는 것이 문제이지요. 괜찮으시다면 맛이라도 보시겠습니까?”

 

기차를 탄 게 아니라면 유리코는 기꺼이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음식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었다.

 

유리코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겨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괘, 괜찮아요.”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있는 유리코를 보고, 그제야 여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 챈 모양이다. 여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혹시 몸이 안 좋으십니까?”

“아, 아니, 아니요. 머, 멀미가 심해서…….”

“이런, 이런……. 혹시 음식 냄새도 힘드십니까?”

 

여자는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 난처한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의 표정을 보자 유리코는 더 괴로워졌다.

 

‘하, 내가 또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구나.’

 

“그냥 저, 저는 신경 쓰시지 말고 드세요. 으읍……!”

“그럴 수는 없지요. 흐음, 이것 참 난감하군요. 좌석이 정해져 있어서 다른 자리로 옮길 수도 없고…….”

 

여자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어? 고양이 소리? 어디지……?”

 

유리코는 놀랐지만 여자는 달랐다.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네, 그렇지요. 틀림없이 그랬습지요. 역시 스미마루, 당신다운 생각입니다.”

“네? 뭐, 뭐라고 하셨어요?”

“아, 아닙니다. 혼잣말을 좀 했습니다. 그보다 아가씨는 운이 좋습니다.”

 

여자는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여자의 눈이 수상할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혹시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우리 마네키네코들이 여러 가지 과자를 가방에 넣어 주었지 뭡니까. 그중에 마침 아가씨에게 딱 맞는 물건이 있습니다. 아, 돈은 괜찮습니다.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영업을 하지 않을 생각이랍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소중히 여기기로 결심하고 왔으니까요.”

 

여자는 유리코가 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줄줄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여행용 가방을 탁 소리 나게 열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이걸 받으십시오. 다만, 설명서를 잘 읽어 주시길바랍니다. 아시겠지요?”

 

그러나 유리코는 그것을 받을 수 없었다. 멀미가 너무 심해져서 1초도 더는 참기 힘들었다.

 

“죄송합니다!”

 

유리코는 여자를 밀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자리로 돌아와 보니 여자는 없었다. 도중에 정차한 역에서 내렸는지 여행용 가방도 없었다.

 

다만, 유리코 자리에 길쭉하고 네모난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뿐이다.

 

딱 껌 통만 한 검은색 상자다. 상자에는 금색 글씨로 ‘멀미 양갱’이라고 쓰여 있었다.

 

유리코는 자기도 모르게 상자에 손을 뻗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무언가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하물며 단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왠지 이 〈멀미 양갱〉에는 마음이 끌렸다. 마치 유리코의 영혼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아까 그 아주머니가 나한테 주려고 놓고 간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이제 이건 내 거야.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지 않을 거야. 아, 빨리 먹어 치워 버리자.’

 

유리코는 얼떨결에 상자를 열고서 거침없이 과자를 꺼냈다.

 

반들반들한 검은색 양갱. 한입에 쏙 먹기 좋은 크기다.

 

유리코는 메슥거리는 속과 싸우면서 양갱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양갱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팥소가 알차게 들어 묵직했으며 혀에 닿는 감촉은 촉촉했다. 거기에 인공적이지 않은 단맛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먹으면 토할 것 같았는데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양갱을 꿀떡꿀떡 다 삼키고 나자 만족스러운 한숨이 “후유.” 하고 터져 나왔다. 이때 유리코는 화들짝 놀랐다.

 

온몸에 퍼져 있던 불쾌한 느낌이 싹 가셨다. 마치 사이다를 마셨을 때처럼 속이 개운해졌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과자를 먹었는데 속이 좋아져? 그동안 멀미에 좋다는 약은 다 먹어 봤어도 이런 효과는 없었잖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유리코는 〈멀미 양갱〉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 뒷면에 아주 조그만 글씨로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평소 멀미가 심한가요? 그렇다면 ‘멀미 양갱’이 안성맞춤입니다. 이 과자를 먹으면 멀미와는 영원히 안녕! 전천당이 자신 있게 권합니다, ‘멀미 양갱’!

 

“이상한 설명서네. 〈전천당〉은 아까 그 아주머니네 가게인가? 뭐, 어쨌든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었는데 너무 잘됐다! 이거야말로 완전히 초대박 행운이잖아!”

 

기운을 차린 유리코는 자리에 느긋하게 기대앉았다.

 

그토록 괴로웠던 기차의 흔들림이 지금은 아주 기분 좋게 느껴져 깜박 잠이라도 들 것처럼 편안했다.

 

〈멀미 양갱〉을 먹으면 멀미와는 영원히 안녕이라고 했다. 그건 이 쾌적한 기분을 앞으로도 쭉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유리코는 느긋하게 행복감을 만끽하며 바깥 풍경을 즐겼다.

 

목적지 역에 도착하자 리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꺅! 이게 얼마 만이야, 유리코!”

“보고 싶었어, 리코! 잘 지냈어?”

“그럼, 나야 잘 지냈지. 너는 어때? 기차 타고서 괜찮았어? 멀미 때문에 고생했지?”

“후후훗! 사실은…… 나, 완벽하게 멀미를 극복했어. 이제 뭘 타도 아무렇지도 않아!”

“뻥이지? 뭐, 설마 진짜야? 우아앗, 대박! 오늘은 슬렁슬렁 쇼핑이나 할까 했는데, 그럼 우리 계획을 바꿔서 거기 가 볼래?”

 

리코는 근처에 생긴 큰 놀이공원에 가 보자고 했다.

 

“처음 보는 놀이 기구가 많은데 진짜 재미있대. 기차 타는 거 이제 괜찮다며? 놀이 기구도 괜찮지 않을까?”

“으음……, 아마도…… 괜찮을걸?”

“오, 잘됐어. 그럼 가 보자!”

 

사실 유리코는 조금 겁이 났다. 지금껏 기차나 버스같은 차도 못 탔었다. 당연히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 기구는 엄두도 낼 수 없었고, 타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멀미 양갱〉의 힘을 믿고 싶었다.

 

‘괜찮아. 분명 괜찮을 거야!’

 

유리코는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리코와 같이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놀이공원은 꽤 규모가 컸다. 리코 말대로 최신식으로 보이는 다양한 놀이 기구가 있었고, 사람도 많았다.

 

“그럼 저것부터 탈까? 괜찮아, 가볍게 시작해 보자고!”

 

리코가 가리킨 것은 회전목마랑 비슷한 놀이 기구였다. 다만, 목마 대신 그네가 매달려 있다. 그걸 타고 윙윙 날며 회전하는 놀이 기구다.

 

 


 

유리코는 무서워서 벌벌 떨며 그네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속이 조금도 울렁거리지 않았다.

 

“우아……, 나 이런 거 체질인가 봐. 너무 재밌어!”

 

자신감이 붙은 유리코는 놀이 기구를 하나씩 다 타 보기로 마음먹었다. 눈이 팽팽 돌 것 같은 롤러코스터의 스피드!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자이로드롭의 아찔함! 이것도 저것도 다 처음 타 보는 것이었지만 금세 그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나중에는 리코가 “이제 그만 좀 쉬자!”라고 사정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실컷 놀고, 그날 밤에는 리코네 집에서 자기로 했다. 피자에 와인을 곁들여 먹으면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었다. 정말이지 최고의 날이었다.

 

다음 날 유리코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다시 기차를 탔다. 손에는 리코가 맛있다고 추천해 준 도시락과 차가운 맥주가 들려 있었다.

 

“지금까지는 차 안에서 뭘 먹는다는 건 꿈도 못 꿨는데……. 여태껏 손해 본 몫까지 다 먹어 줘야지! 그건 그렇고 그 아주머니, 분위기가 정말 희한했어.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꼭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 안에서 유리코는 맥주를 한 모금 홀짝 마셨다.

 

“캬아! 시원하다! 대낮에 맥주라니 진짜 좋네!”

 

그러고는 주섬주섬 도시락 뚜껑을 열려고 했을 때다.

 

“으읍!”

 

갑자기 속이 엄청나게 메슥거렸다.

 

“우으읍!”

 

순식간에 눈앞이 새하얗게 흐려졌다.

 

‘못 참겠다! 화장실, 화장실에 가야겠어!’

 

유리코는 기차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한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왜 이러는 거야! 멀미랑은 영원히 안녕이라며? 벌써 〈멀미 양갱〉의 효과가 사라져 버린 거야?”

 

가까스로 아주 조금 속이 가라앉자 유리코는 창백한 얼굴을 찡그리면서 겉옷 주머니에 넣었던 〈멀미 양갱〉 빈 상자를 꺼냈다.

 

어쩌면 만든 곳의 연락처가 쓰여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든 편지든 좋으니까 문의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락처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것을 발견했다. 전날 미처 못 봤던 설명이 뒤에 이어져 있던 것이다.

 

평소 멀미가 심한가요? 그렇다면 ‘멀미 양갱’이 안성맞춤입니다. 이 과자를 먹으면 멀미와는 영원히 안녕! 전천당이 자신 있게 권합니다, ‘멀미 양갱’!

 

〈주의 사항〉

차나 버스 등을 탄 채로 술을 마시면 지독한 숙취를 경험할 것입니다. ‘멀미 양갱’은 멀미에만 효과가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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