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북

 

‘아! 키가 컸으면 좋겠어!’

 

가이토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며 오로지 그생각만 했다.

 

가이토, 초등학교 5학년. 운동 신경이 좋고 스포츠를 아주 좋아한다. 성격도 밝아서 반 친구들한테 꽤 인기가 있다. 이쯤 되면 가이토에게 고민거리라곤 전혀 없으리라 생각될 테지만, 그렇지 않다.

 

가이토는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다는 것. 키 작은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앞으로 농구 선수가 되고 싶은 가이토로서는 키가 작은 건 최악이다.

 

키만 클 수 있다면 무슨 수든 쓰고 싶었다.

 

가이토는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에 우유를 1리터씩이나 마신다.

 

그런데도 키는 도무지 자라지 않는다.

 

자라기는커녕 마침내 두 살 어린 남동생 리쿠토한테 따라잡히고 말았다.

 

리쿠토는 그 뒤로 줄곧 “꼬맹이 형!”이라고 부르며 가이토를 놀려 댄다. 그럴 때마다 가이토는 동생을 발로 걷어차곤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놀린다.

 

‘으악! 리쿠토 녀석, 꼴 보기 싫어 미치겠네!’

 

가이토는 그 모든 게 자기가 리쿠토보다 작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키가 더 컸더라면 그런 소리는 절대 들을 일이 없었을 테니까…….

 

‘쳇, 리쿠토가 내 몫의 키를 빼앗아 간 게 틀림없어. 치사해, 진짜. 내 키 돌려 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불평을 터뜨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점점 허무해졌다.

 

‘마법을 쓸 수 있다면 키를 쑥쑥 자라게 할 텐데. 그럼 얼마나 좋아? 난 정말 행복할 테고, 리쿠토랑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겠지…….’

 

이런 상상을 하다가도 이내 풀이 죽었다.

 

‘하지만…… 마법 같은 건 동화책에나 나오는 얘기인걸…….’

 

가이토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며 집으로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그런데 그만 길을 헷갈려서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가이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낯설고 어둑어둑한 골목이다. 어느 틈에 이런 곳까지 와버렸을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생각하면서 나가는 길을 찾고 있는데 문득 눈앞에 낯선 과자 가게가 나타났다.

 

가게는 작고 오래되어 보였다. 하지만 멋진 간판이 걸려 있었고, 처마 밑에 나란히 진열된 과자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았다.

 

누가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이토는 가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가게에 놓여 있는 과자들은 가슴이 방망이질할 정도로 근사했다.

 

〈쿠페 빵야〉, 〈줄줄 콩과자〉, 〈우주 캔디〉, 〈두리번두리번 껌〉, 〈엔젤 젤리〉, 〈나불나불 캔디〉, 〈혼자두 사탕〉, 〈사과 사블레〉, 〈균형 러스크〉…….

 

듣도 보도 못한 과자들이다.

 

‘와! 끝내준다!’

 

가이토는 침을 꼴깍 삼켰다.

 

‘가게 안에는 과자가 더 많겠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 가게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쿠웅!

 

가이토는 마침 가게에서 나오던 사람과 부딪쳐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어머나, 미안해요!”

 

목이 쉬어서 꽉 잠긴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팔이 휙 뻗어 와 가이토를 잡아당겨 일으켜 주었다.

 

“아, 저도 죄송해요…….”

 

사과를 하며 그 사람을 올려다본 순간 가이토는 머리가 멍해졌다. 코앞에 몸집이 엄청나게 큰 아주머니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큰 사람이다. 가이토가 워낙 작기도 했지만, 고개를 쭉 빼고 올려다봐야 했다. 옛날 동전 무늬가 그려진 기모노를 입었고, 새하얀 머리를 말아 올려 알록달록한 유리알 비녀를 꽂았는데, 뭔가 엄청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 나왔다. 그런데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큼직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마스크를 쓴 채 주절주절 말을 걸어왔다.

 

“몸이 너무 나른해서 오늘은 그만 가게를 닫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손님이 오셨으니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물건을 팔겠습니다. 〈전천당〉에 오신 행운의 손님.”

“전천, 당……?”

“네, 네. 저희 가게 이름입니다. 동전 하나로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 주는 곳입지요. 자아, 무슨 소원이 있으십니까? 갖고 싶은 물건이든 바라는 능력이든, 주인인 이 베니코에게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주인 아주머니는 무척 빠르게 말했다. 어서 과자를 팔고 가이토를 내보내고 싶은 눈치였다. 눈빛도 흐리멍덩해 보이는 것이 건강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열이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까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지.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 준다니, 그게 말이나 돼?’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겠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커지는 과자도 있어요?”

 

가이토가 스스로 깜짝 놀라고 있는데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 커지고 싶으신 게로군요. 있다마다요. 으음, 어디 보자. 커지는 거라면 역시 〈비빅맨 모나카〉가 제격입니다.”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뒤 야구공만 한 크기의 둥글넓적한 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그건 투명한 비닐봉지에 포장된 밤 모양의 모나카였다. 비닐봉지에는 크고 작은 별들에 둘러싸인 알밤 슈퍼맨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것이 〈비빅맨 모나카〉입니다. 가격은 10엔입지요.”

 

가이토는 〈비빅맨 모나카〉를 바라보았다. 신비한 매력이 풍기는 과자다. 마법의 힘이 느껴진달까?

 

엄청나게 갖고 싶지도 않았고 과자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단돈 10엔이라니까 한번 사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콕 집어 이 과자를 추천한다며 굳이 가게 안에까지 들어가서 가져다주었다. 왠지 이 〈비빅맨 모나카〉를 먹으면 분명 키가 클 것 같았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가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게요.”

 

가이토가 500엔짜리 동전을 내밀자 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만, 500엔짜리가 아니라 10엔짜리 동전으로 주셔야 합니다.”

“어? 어떡하죠? 저어……, 500엔짜리는 안 돼요? 10엔짜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주머니의 말투는 묘하게 단호했다.

 

“행운이 깃든 동전을 갖고 있지 않은 손님이 이곳에 이끌려 오셨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잘 찾아보십시오. 분명히 갖고 계실 겁니다. 1996년에 발행한 10엔짜리 동전입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이토는 한 번 더 찾아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가방 구석에 숨은 듯이 끼어 있는 10엔짜리 동전이 빼꼼 보였다.

  

 

눈이 동그래진 가이토는 10엔 동전을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주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마도 기뻐하는 것 같았다.

 

“네에, 네에. 이 동전이 맞습니다. 1996년에 발행한 10엔, 오늘의 동전입니다. 이제 〈비빅맨 모나카〉는 손님의…… 콜록! 콜록콜록!”

 

주인이 갑자기 기침을 터뜨렸다.

 

“괜찮으세요?”

“콜록! 네, 괜찮습니다. 요 며칠 정신없이 돌아다녔더니 감기에 걸린 모양입니다. ……조금 지나면 나을 겁니다. 저희 〈전천당〉의 과자를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주인에게 〈비빅맨 모나카〉를 건네받고 가이토는 집으로 돌아갔다.

 

동생 리쿠토는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 리쿠토는 가이토를 보자마자 씨익 웃었다.

 

“어서 와, 꼬맹이 형!”

“까불지 마라, 멍청아!”

 

가이토는 리쿠토의 머리를 쥐어박으려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 ‘꼬맹이 형’ 소리 듣는 것도 오늘이면 끝인데 뭘. 나한테는 〈비빅맨 모나카〉가 있으니까.’

 

“흐으흥!”

 

가이토는 코웃음을 쳤다.

 

“어디 실컷 까불어 봐, 리쿠토. 형한테 쩔쩔맬 날이 머지않았으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두렴.”

“뭐래? 오늘따라 왜 저래?”

“형은 이제부터 키가 엄청나게 자랄 거거든. 그렇게 되면 너를 ‘땅꼬마’라고 불러 주지. 움하하하!”

“……풋, 그러셔? 그런 말이라면 나보다 커진 다음에 하시지 그래, 꼬맹이 형님?”

 

리쿠토는 건방지게 대꾸했지만 표정은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얼굴이다.

가이토는 씩 웃어 주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야. 〈비빅맨 모나카〉를 먹어야지! 난 알아. 이건 마법 과자야. 그 아주머니가 추천했잖아……. 이걸 먹으면 보나 마나 키가 엄청 클걸?’

 

가이토는 〈비빅맨 모나카〉 포장지를 벗기고 큼직한 모나카를 한 입 덥석 베어 물었다.

 

과자 껍질이 바사삭 부서지며 속에 든 단팥소의 진한 단맛이 입 안 한가득 퍼졌다.

 

“우아, 대박!”

 

평소 단팥소를 좋아하지 않는데 〈비빅맨 모나카〉에든 단팥소는 정말이지 맛있었다. 가이토는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너무 맛있어. 하나 더 살걸…….”

 

‘내 키는 어떻게 됐을까? 조금이라도 자랐을까? 아냐, 틀림없이 컸을 거야. 〈비빅맨 모나카〉를 먹었는데 어떻게 안 클 수가 있겠어?’

 

가이토는 자기 몸속에서 신기한 힘이 넘쳐흐르는 걸 느꼈다.

 

“야! 리쿠토! 리쿠토, 형이 부르잖아!”

 

방문을 쾅쾅 치자 그제야 리쿠토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왜 그래? 나 지금 숙제한단 말이야.”

“알았으니까, 키 좀 재 보자.”

“에잇! 또? 어제도 쟀잖아. 아무리 재 봤자 키는 안 바뀐다고!”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말고, 너 거기 서 봐! 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리쿠토는 투덜거리면서도 형이 하라는 대로 똑바로 섰다. 가이토는 리쿠토와 등을 맞대고 선 다음 손을 머리에 얹어 동생 쪽으로 슬며시 움직여 보았다.

 

손이 리쿠토 뒤통수에 닿았다. 가이토는 충격이 컸다.

 

어제 쟀을 때와 똑같다. 여전히 동생보다 2센티미터쯤 작은 키.

 

어떻게 된 걸까? 〈비빅맨 모나카〉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웬일로 리쿠토가 풀이 죽은 가이토를 위로했다.

 

“그렇게 실망할 거 없어, 형. 우리 담임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선생님도 계속 키가 작았다가 중학생 때 갑자기 쑥 컸대.”

“…….”

“형도 아마 그런 체질 아닐까? 중학생이 되면 한꺼번에 클 거야. 지금 안 커도 괜찮다니까.”

 

‘그런 건 내 알 바 아냐! 리쿠토, 넌 나보다 크니까 그런 소릴 할 수 있는 거라고…….’

 

리쿠토의 말을 받아치려다가 가이토는 문득 다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그깟 키가 뭐 대수라고 주눅이나 들고…… 참 바보 같네. 키 작은 게 잘못은 아니잖아. 자꾸 신경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그렇게 깨달은 순간 기분이 아주 편해졌다. 왠지 개운해지면서 눈앞에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았다.

 

가이토는 리쿠토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리쿠토.”

“……응?”

 

멍하게 서 있는 동생에게 가이토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맨날 너한테 괜히 시비나 걸고. 미안했어.”

“혀, 혀엉? 왜 그래? 이상해.”

“나, 깨달았거든. 키 같은 걸로 위축될 필요 없다는 걸.

키가 작아도 열심히 연습하면 뛰어난 농구 선수가 될 수 있어. 아, 맞다! 앞으로 네가 ‘꼬맹이 형’이라고 불러도 화 안 낼게.”

 

리쿠토는 눈만 껌뻑거리다가 “어, 엄마! 형이 이상해졌어!”라고 소리치며 주방으로 뛰어갔다.

 

그날 이후 가이토는 키 타령을 그만뒀다. 키 큰 아이를 노려보지도 않았고 “키가 컸으면 좋겠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도 그만두었다.

 

그뿐 아니었다. 뺀질거리지 않고 청소든 뭐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서 하기 시작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가족과 친구들 모두 놀랐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놀란 것은 가이토 자신이었다.

 

“그 〈비빅맨 모나카〉 덕분인가? 키는 크지 않았지만 다른 효과가 있다는 거네! 뭐가 됐든 키 때문에 초조해하지 않게 되었으니 고맙지 뭐.”

 

가이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학교 화단에 물을 주었다. 오늘은 다른 아이 차례였지만 집에 일찍 가야 한다고 해서 가이토가 대신 해 주기로 했다.

 

‘어제는 다친 이시다 대신에 닭장 청소도 했고…….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로 바꿔 주지 않았을 텐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바뀐 거지?’

 

 

자기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라며 수세미를 심어놓은 화단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갑자기 코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으아악!”

 

가이토는 너무 놀라 물뿌리개를 놓칠 뻔했다.

 

자주색 기모노를 입은 거대한 아주머니였다. 포동포동한 얼굴에 입술을 새빨갛게 칠하고, 말아 올린 하얀 머리에는 비녀를 몇 개 꽂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과자 가게 주인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걸 보니 감기가 다 나았나? 그런데 왜 여기에?’

 

깜짝 놀란 가이토에게 주인 아주머니는 머리를 깊이 숙였다.

 

“사죄의 말씀을 드리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사, 사죄요?”

“네. 커지는 과자를 바라신다는 말을 듣고 〈비빅맨 모나카〉가 꼭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손님이 바라신 건 키가 커지는 거였지요? 그런데 저는 큰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비빅맨 모나카〉를 떠올려 버렸지 뭡니까.”

“큰사람이요?”

“네, 큰사람이란 작은 일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듬직하게 마음을 쓰며 모두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입지요. 커지고 싶다는 의미를 제가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감기에 걸려서 정신이 멍하기는 했지만 엉뚱한 과자를 드리다니, 이 베니코 일생의 크나큰 실수입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네엣? 저,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가이토는 혼란스러웠다.

 

“착각하다니, 이제 와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쨌든 〈비빅맨 모나카〉를 먹은 덕분에 제 고민이 없어졌어요. 이제 키가 크든 안 크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그럼 된 거죠?”

 

“역시나…… 〈비빅맨 모나카〉 효과가 뛰어나긴 하군요. 하지만 저희 가게는 손님을 행복하게 하려고 장사를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손님의 소원을 들어드리는 것이 〈전천당〉의 목표입지요. 그런데 소원을 착각해 버리다니 있어서는 안 되는 실수입니다. 그래서…….”

 

주인은 소맷자락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괜찮으시다면 이걸 드리고 싶습니다.”

 

상자에는 죽순 그림이 그려져 있고, 파란색으로 ‘쑥쑥쿠키’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쑥쑥 쿠키〉요?”

“그렇습니다. 마치 죽순이 자라듯 키가 쑥쑥 자라는 쿠키입니다. 이 과자라면 손님이 본래 원하셨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어떠십니까? 괜찮으시면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순간 가이토는 망설였다.

 

‘이 과자를 받는 게 좋을까? 하지만 이젠 키 같은 건 신경도 안 쓰이고, 기분도 아주 좋은걸. 모두가 날 좋아하고 의지하잖아. 큰사람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멋진일 아닐까?’

 

잠깐의 망설임 끝에 가이토는 〈쑥쑥 쿠키〉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니에요, 됐어요. 이대로 괜찮아요.”

“정말입니까?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저는 지금 이대로가 더 좋아요.”

 

주인은 〈쑥쑥 쿠키〉 상자를 닫고는 빙긋 웃었다.

 

“지금 이 순간 손님은 〈비빅맨 모나카〉를 선택하신 겁니다. 행운을 잡는 것은 손님의 몫이지요. ……손님의 선택은 분명 좋은 행운이 되실 겁니다.”

 

결국 가이토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그다지 키가 많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 뒤, 가이토는 스포츠용품 회사를 세워 큰 청년 사장으로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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