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북

 

 

‘아싸! 죽이는데! 좋았어!’

유타는 마음속으로 꽥꽥 소리를 지르며 골목을 걸어갔다. 마치 구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워 당장이라도 둥실 하늘로 떠오를 것만 같았다.

서둘러 집으로 가면서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다시 보았다.

유타가 단단히 쥐고 있는 것은 큼직한 통조림이다. 복숭아 통조림처럼 생겼다. 처음 보는 과일이 그려진 은색별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고, 빨간 글씨로 커다랗게 ‘족집게 통조림’이라고 쓰여 있다.

‘대박……! 난 진짜 행운아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타는 끝없이 침울했었다.

또다시 시험에서 끔찍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타는 공부를 아주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시험에 나올지 전혀 모른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니 공부할 양이 엄청 많아졌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외워?’라는 생각부터 들면서 바로 싫증이 난다. 그래서 결국 공부를 팽개치고 한심한 점수를 받는다.

부모님도 유타의 형편없는 성적에 화가 나 있다. 이번에야말로 학원에 집어넣으려 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에서도 공부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난다.

뭐라도 해서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같은 반인 요스케와 마주쳤다. 요스케의 가방을 빼앗아서 안에 있는 걸 길바닥에 쏟아 버렸다. 약해 빠져서 금방 울음을 터뜨리는 요스케는 유타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유타는 요스케를 ‘놀자’고 불러내서 과자나 만화책을 사게 하고, 권투를 하자고 해 놓고 주먹을 날리곤 한다.

그런데 앞으로 학원을 다니게 되면 더구나 요스케를 괴롭힐 시간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자 더욱더 기분이 언짢아졌다.

“시험 점수 나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나올지 알면 나도 정신 차리고 공부한다고. 후우, 어디 공부 요령 같은 거 없나?”

짜증이 나서 발걸음이 닿는 대로 마구 걸었던 탓일까?

문득 주변을 둘러 보니 유타는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어둠침침한 골목에 서 있었다. 그리고 유타 앞에는 작은 과자 가게가 하나 있었다.

참으로 묘한 느낌이 나는 과자 가게였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과자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점핑푸딩〉, 〈독수리 마블 사탕〉, 〈앞치마 카스텔라〉, 〈무지개 물엿〉, 〈늑대 만주〉, 〈모험 비스킷〉, 〈프렌드 블렌드〉, 〈골탕 젤리〉, 〈고블린 초코 에그〉…….

“우아아! 뭔지 모르지만 죽인다!”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가게 안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엄청나게 덩치가 큰 아주머니다. 머리카락은 새하얗지만 얼굴이 젊은 걸 보면 할머니는 아닌 것 같다. 옛날 동전 무늬가 들어간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알록달록한 유리구슬 비녀를 꽂았다. 멋을 상당히 부렸다.

유타는 놀라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뭐야, 이 아줌마? 덩치만 큰 게 아니라 포스가 장난이 아니잖아…….’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아주머니가 빙긋 웃었다.

“〈전천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운의 손님. 자, 안으로 들어오셔서 찬찬히 둘러보십시오. 원하시는 과자를 분명히 찾으실 테니까요.”

아주머니가 이끄는 대로 유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더 다양한 과자들이 잔뜩 있었다. 과자들은 하나같이 신기해 보였다. 그런데 왠지 어느 것도 갖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다른 때라면 닥치는 대로 사고 싶었을 텐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유타에게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원하시는 것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찾아 드리지요. 우리 손님은 무엇을 바라고 계실까요?”

아주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유타 마음에 촉촉이 배어들었다. 유타는 자기도 모르게 어물어물 대답했다.

“어느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나올지 알고 싶어요. 뭐가 중요하고 뭘 외우면 되는지, 그런 걸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아니요, 있습니다. 있고말고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통조림을 하나 꺼내 왔다.

“〈족집게 통조림〉입지요. 번뜩이는 족집게 과일이 듬뿍 들어 있는 통조림입니다. 이것을 드시면 시험에 나올 문제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족집게처럼 예상 문제만 노려서 공부해 두면 문제없지요. 시험에 안 나올 쓸데없는 공부는 안 해도 되니까 그야말로 손님을 위한 과자가 아니겠습니까?”

유타는 이미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통조림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목이 막힌 듯 통조림에서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눈을 뗄 수도 없었다.

‘이거다! 아줌마 말대로 이거야말로 나를 위한 과자다! 어떻게든 가져야 해!’

“어, 얼마예요?”

“500엔입니다. 500엔짜리 동전으로 지불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타는 서둘러 지갑을 열었다. 마침 하나 남아 있던 500엔짜리 동전을 아주머니에게 건네주었다. 아주머니가 빙긋 웃었다.

“네. 오늘의 보물, 1984년에 발행한 500엔짜리 동전이 틀림없군요. 그럼 이 〈족집게 통조림〉은 이제 손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유타는 〈족집게 통조림〉을 손에 넣었다.

유타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빨리 집에 가서 통조림을 먹고 싶었다.

유타는 통통 튀는 발걸음으로 골목 모퉁이를 돌아 오른쪽으로 꺾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이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왼쪽 모퉁이로 돌았다. 그 앞은 깜깜했다.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쓰윽 떠오르더니 가게 하나가 나타났다.

전통찻집 같기도 하고, 조금 멋을 부린 초밥집 같아 보이기도 하는 가게였다. 바깥벽에는 검은 대나무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가게 입구에 늘어뜨린 진한 남색 천조각에는 흰 글자로 〈재앙당〉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타는 등골이 오싹했다.

‘봐서는 안 될 걸 본 기분이야.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게 좋겠어.’

유타가 발길을 돌리려고 할 때, 문 안쪽에서 불쑥 손이 나왔다. 작고 새하얀 손이었다. 손은 “이리 와, 이리 와.”

라고 손짓하며 유타를 불러 세웠다.

그 순간 유타는 홀린 듯이 걸음을 내딛기 시작해 곧장 〈재앙당〉으로 향했다.

가게 입구를 가린 천 조각을 들치고 들어갔다. 가게 안은 좁아 보였다. 안쪽에 검은 계산대가 있고, 검은 의자 하나가 달랑 놓여 있을 뿐이다. 계산대 너머에는 문이 있는데 지금은 닫혀 있다.

“여기는 〈재앙당〉, 너의 욕망을 이루어 주는 가게지.”

느닷없이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서 유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옆에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여덟 살쯤 되었을까? 빨간 꽃이 그려진 보기 드문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피부가 하얗고 귀엽게 생겼지만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빙긋 웃었다.

“어서 와.”

좀 전에 들렸던 목소리가 여자아이의 빨간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어린애 목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걸걸했다. 그렇지만 왠지 더 듣고 싶은 목소리였다.

여자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유타에게 의자를 내주었다.

“일단 여기 앉아.”

유타가 쭈뼛쭈뼛 망설이며 의자에 앉자 여자아이는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가 유타의 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너, 〈전천당〉에서 과자 샀지?”

“아…….”

유타는 당황해서 〈족집게 통조림〉을 허둥지둥 뒤로 감추었다. 그 모습에 여자아이가 히죽히죽 웃었다.

“흥! 〈족집게 통조림〉이야? 뭐, 편리하다고 생각하면 편리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아주 얼치기야. 사기라고.”

“사, 사기?”

“그래. 생각해 봐. 그런 걸 먹는다고 공부할 내용까지 알 수 있겠어? 어차피 열심히 교과서를 읽고, 이것저것 외워야 할 텐데 귀찮을 것 같지 않아? 네가 정말로 바라는 건 공부 안 하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는 거잖아. 아니야?”

“…….”

“우리 가게 과자를 먹으면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데. 네가 더 편한 방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말이지.”

“더 편하게?”

유타는 여자아이의 달콤한 말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여자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고는 작고 오목한 그릇을 가져와 계산대 위에 놓았다. 그릇에는 노랗게 구운 떡이 앙증맞게 담겨 있었다.

“〈꾀떡〉이야. 꾀를 부리면 부릴수록, 게으름을 피우면 피울수록 시험 점수를 올릴 수 있어. 이걸 먹으면 공부할 필요가 전혀 없어. 어때? 〈족집게 통조림〉보다 훨씬 근사하지 않아?”

여자아이가 갖고 싶지 않냐고 집요하게 물어서 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뿔싸! 갖고 싶지만 돈이 없다. 〈족집게 통조림〉을 사느라 벌써 다 써 버렸다.

‘제길! 어떡하지? 잠깐, 요스케가 있잖아! 지금 당장 요스케한테 전화해서 돈을 갖고 오라고 하면 되지.’

유타는 주머니를 더듬어 휴대 전화를 꺼내면서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하지만 바로 친구한테 가지고 오라고 할 테니까 기다려 줘. 얼마야?”

여자아이가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재앙당〉의 과잣값은 돈이 아니야. 게다가 우리는 후불제야. 과자를 다 먹고 나중에 값을 치르면 돼. ‘악의’라는 건 일이 끝나 갈 때쯤에야 더 듬뿍 모이는 법이거든.”

“악의?”

“응, 그래. 악의. 나쁜 마음 말이야.”

여자아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편안하게 백 점을 맞으면 맞을수록 주위 사람들은 널 부러워하겠지. 그 부럽다는 마음, 너를 샘내고 질투하는 모든 사람의 악의가 나에게 치를 과잣값이 되는거야.”

여자아이가 쿡쿡 웃었다. 마음보가 고약한,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유타는 이 아이가 왠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여자아이의 제안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유타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꾀떡〉에 끌렸다. 지금은 〈족집게 통조림〉조차 빛이 바래 보였다.

갖고 싶다. 이걸 갖고 싶다.

“어때? 갖고 싶지?”

“응!”

“그럼 결정한 거다? 그런 시시한 통조림 따위는 갖다버려. 이게 훨씬 나아.”

여자아이는 얼굴 한가득 웃음을 띠고서 〈꾀떡〉을 권했다.

유타는 〈족집게 통조림〉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랬더니 〈족집게 통조림〉이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유타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 지금은 〈족집게 통조림〉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꾀떡〉이 있다는 사실이다.

유타는 무릎 위에 그릇을 올려놓고 야금야금 〈꾀떡〉을 먹었다. 정말이지 신기한 맛이었다. 입 안에서 씹는 동안은 세상 최고로 맛있었는데, 삼키는 순간! 아주 쓴맛이 났다. 목도 따끔따끔 아팠다. 그렇지만 쓴맛과 따가운 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또다시 더 먹고 싶어진다.

결국 유타는 떡을 전부 다 먹어 버렸다.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좋아, 좋아. 이제 됐어. 돌아가. 남은 건 〈꾀떡〉이 다 알아서 해 줄 거야. 자, 얼른 돌아가.”

“뭐어?”

“빨리 가라고, 가!”

여자아이는 마치 쫓아내듯이 유타를 문 쪽으로 내몰았다. 유타가 문밖으로 나가려는데 여자아이가 갑자기 무서운 얼굴로 단단히 일렀다.

“편하게 좋은 점수 받는 걸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해. 알았지? 안 그러면 안 돼. 마음이 약해지면 그걸로 끝장이야. 잊지 마.”

말을 마친 여자아이는 유타를 문밖으로 밀쳐 냈다.

유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 쉬기가 편해졌다. 뒤돌아보니 〈재앙당〉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두 번 다시 그 가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그 여자아이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머리를 긁적긁적 긁으면서 유타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수학 쪽지 시험을 치르겠다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소리를 질러 댔지만 유타만은 눈을 반짝거렸다.

‘좋았어. 〈꾀떡〉의 힘을 시험해 볼 완벽한 기회야. 부탁한다, 〈꾀떡〉!’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 시험지에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도무지 모르는 문제들뿐이었다. 평소라면 유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적당히 숫자들을 써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말도 안 돼!’

유타는 눈을 비볐다. 정답 칸에 숫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었다. 유타는 머뭇거리면서 그 숫자 위에 덧써서 답을 적었다. 

다음 문제를 봤더니 역시 정답 칸에 숫자가 나타나 있었다. 이번에는 시험 삼아 내키는 대로 아무 숫자나 써 보았다. 그랬더니 불쑥 파란색 가위표가 나타났다. 틀렸다는 뜻이다. 당황해서 적힌 숫자대로 적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가위표가 사라졌다.

유타는 분명하게 알아차렸다.

이것은 〈꾀떡〉의 힘이다! 시험지만 봐도 답을 알게 되어 있다! 끝내준다! 어쩜 이렇게 기가 막힐까!

그날부터 유타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 따위 듣지 않아도, 교과서 한 줄 읽지 않아도 언제나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물론 부모님이 아주 좋아했다. 늘 하던 잔소리도 더이상 하지 않았다. 덕분에 유타는 온종일 만화를 보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유타를 학교 아이들이 부러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한테 시샘을 사는 일도 유타에게는 제법 신선하고 재밌었다.

깡패처럼 괴롭힌다고 아이들이 싫어하고 무서워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시샘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크하하하. 너희들 모두 열심히 영어 공부 하고 학원도 다니지. 아아, 너무나 가여워라. 아하하핫!’

유타는 완전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담임인 사와키 선생님이 칠판 앞에 서서 말했다.

“요전에 과학 시험을 본 뒤 선생님은 실망했어. 정답을 맞힌 건 유타뿐이야. 유타, 앞으로 나와서 칠판에 붙은 구름 사진을 보고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친구들한테 설명 좀 해 줄래?”

“네?”

유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모두에게 설명을 하라니!

장난하나! 그런 설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유타는 시험 문제의 답을 알 뿐이지 수업 내용 따위 전혀 알지 못한다. 구름? 날씨 변화? 알 턱이 없다.

“뭐 하고 있어? 유타, 어서 앞으로 나오렴.”

선생님의 말에 유타는 느릿느릿 칠판 앞에 섰다. 분필을 쥐었지만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왜 그러니?”

“저, 저는…… 몰라요.”

“모를 리가 있니? 시험에서 제대로 정답을 적었는데.”

“하지만…… 진짜 몰라요.”

〈꾀떡〉 덕분에 답만 안다고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어디가 가장 중요한지 말해 봐. 이것만 기억해두면 걱정 없다, 뭐 그런 부분이 있을 거 아니니? 그 핵심 부분을 친구들한테 가르쳐 줘.”

“……몰라요.”

“……미즈노 유타. 너 지금 선생님 놀리는 거야? 친구들한테 알려 주기 싫어서 그래? 그렇게 인색하게 굴다니 부끄럽지 않아?”

유타는 마침내 폭발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모, 모른다잖아요! 진짜 모른다고요!”

반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유타 등에서 끈끈한 식은땀이 흘렀다. 심장이 두근두근 마구 뛰었다.

마침내 선생님이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다.

“알았어. 됐으니까 자리로 돌아가.”

유타는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비참했다. 창피해서 귀가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처음으로 〈꾀떡〉을 먹은 것을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족집게 통조림〉을 먹을걸. 그걸 먹었다면 중요한 부분을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으면 이렇게 창피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유타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때 스윽, 유타 주변이 어두워지고 조용해졌다.

주위를 돌아보니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이상한데? 바로 전까지 교실에 앉아 있었는데. 선생님이랑 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지?’

“으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유타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위장을 쥐어뜯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몸에 구멍이 나서 무언가가 주르륵 벗겨지는 것 같은 감촉. 이제 통증은 없다. 그냥 아주 무서웠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유타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내려다보니 발치에 끈적끈적하고 시커먼 무언가가 고여 있었다. 그것이 슬금슬금 움직여 앞으로 흘러간다. 언제 왔는지 전에 만났던 〈재앙당〉의 그 여자아이가 앞에서 있었다.

여자아이는 아주 언짢은 표정이었다. 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입술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움츠리고 있는 유타에게 여자아이가 “실패했어!”라고 차갑게 말했다.

“마음이 약해지면 끝장이라고 그랬지? 하아, 그래. 이제 〈꾀떡〉의 힘은 너한테서 빠져나왔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만족했으면 좋았을걸! 게다가 하필이면 내 과자보다 베니코의 과자를 먹을걸, 그런 소리를 하다니.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그렇게 말하고 여자아이는 몸을 웅크려 바닥에 흘러내린 검은 액체를 손으로 억지로 잡아떼었다. 여자아이 손 위에 올려진 검은 액체가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야구공만 한 크기의 구슬이 되었다.

유타는 깨달았다. 저 검은 것이 〈꾀떡〉의 힘이라는 것을. 여자아이는 그 힘을 도로 거두어들이러 온 것이다.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어서 유타는 울면서 여자아이에게 매달리려고 했다. 그러나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 여자아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유타는 비명을 질렀다.

“기, 기다려. 가지 마! 그, 그게 없으면 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흥? 그야 꾀를 부린 만큼 갚아야 하지 않겠어? 네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냐.”

“그, 그럼…… 〈족집게 통조림〉! 그래, 그건 내 거잖아? 그 통조림이라도 돌려줘!”

〈족집게 통조림〉이 있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필사적으로 붙잡는 유타에게 여자아이는 무시무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넌 그걸 나한테 넘겼잖아. 그걸로 끝이야. 〈재앙당〉의 요도미한테 〈전천당〉의 과자를 달라고 하다니, 기가막혀서. 두 번 다시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 두 번 다시!”

말을 마친 여자아이는 싸늘하게 돌아섰다. 그 순간 여자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신을 차린 유타는 교실로 돌아와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앙!”

유타는 울면서 주변을 보았다. 모두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유타를 보고 있었다. 선생님조차 놀란 얼굴이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 유타는 죽을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내, 내 탓이 아니야! 내가 아니라 그 애 때문이라고! 그 애가 나, 나한테 〈꾀떡〉을 먹였으니까! 내 탓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라고!”

유타의 말은 덧없이 교실에 울려 퍼졌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