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북

 

 

노부타카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다. 조금 전, 딸 마리에가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곧장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딸이 있는 병원으로 가고 있으면서도 딸의 상태가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마리에는 노부타카의 보물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보물. 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외동딸이다.

그런 소중한 딸이 지난 몇 주 동안 심한 악몽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리에는 밤마다 악몽을 꾼다. 무서운 괴물에 쫓기고 잡아먹히고 짓밟히는 모양이다.

이제는 자는 것조차 너무 무서워한다. 어렵사리 잠이 들어도 바로 비명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난다. 잠을 못 자니 얼굴빛은 나빠졌고, 몸은 계속 야위어 갔다. 이번에 입원한 이유도 아마 잠이 너무 부족한 탓일 것이다.

노부타카는 딸이 너무나 가여웠다. 딸의 악몽을 대신 꾸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딸은 왜 계속 악몽을 꾸는 걸까? 누구든 한두번쯤 무서운 꿈을 꿀 수 있다. 하지만 마리에처럼 매일밤 꾸는 건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무서운 일을 겪은 것도 아니고 공포 영화를 본 적도 없는데, 대체 왜 그럴까?

최근에는 딸이 걱정되어서 회사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오늘도 일하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상사에게 훈계를 들었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해. ……하지만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끙끙거리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누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어 보이십니다.”

뒤돌아보니 뒷좌석에 몸집이 크고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이 새하 지만 아직 젊고 생기 넘치는 얼굴로 수상한 미소를 띠면서 노부타카를 보고 있었다.

노부타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지?’

마치 묵직한 무언가에 몸이 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자는 다시 빙긋 웃었다.

“그 고민…… 해결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가게에 한번 들러 주십시오. 그다지 번거롭지는 않으실 겁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가게가 있으니까요.”

“아, 아뇨. 전 지금 병원에 가는…….”

여자가 물끄러미 노부타카를 바라보았다. 순간 노부타카는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노부타카는 그대로 여자 뒤를 따라 좁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 안에는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은 과자 가게가 있었다. 마리에가 좋아할 만한 과자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란히 놓여 있었다.

여자가 휘익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전천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운의 손님. 무엇을 그리 고민하고 계시죠? 이 가게의 주인인 저, 베니코에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노부타카는 문득 생각했다. 여기에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저, 그러니까…… 무서운 꿈을 꾸지 않게 되는 과자가 있을까요?”

노부타카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망설이면서 물었다.

뜻밖에도 가게 주인 베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자장자장 모나카〉가 최고입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주인은 안쪽에 있던 상자에서 모나카 하나를 꺼내 왔다.

길둥글게 생긴 맛있어 보이는 모나카(찹쌀가루를 반죽해 팥으로 속을 채운 일본식 과자)였다. 연갈색 표면에는 특이하게 생긴 동물 모습이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었다. 네발 달린 동물이긴 한데 코끼리처럼 코가 길고 사자처럼 갈기가 있었다.

“이게 바로 〈자장자장 모나카〉입니다. 모나카에 새겨진 무늬는 악몽을 먹어 해치우는 전설 속의 동물이자 신의 동물로 알려진 ‘맥(貘)’입니다. 이 모나카에는 맥의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걸 먹으면 나쁜 꿈도, 무서운 꿈도 다시는 꾸지 않을 겁니다.”

노부타카는 숨을 들이마셨다.

‘이거다! 이거야말로 지금 나에게, 아니 마리에에게 꼭 필요한 거야!’

“사, 사겠어요!”

‘설령 100만 엔이라고 해도 이걸 사고야 말 테야!’

노부타카는 허겁지겁 가방에서 지갑을 끄집어 당겼다. 그 힘에 가방에 들어 있던 마리에의 사진이 팔랑 떨어졌다.

과자 가게 주인이 사진을 주웠다.

“어머머, 귀여운 꼬마 아가씨로군요.”

“고맙습니다. 제 딸이에요. 이제 다섯 살이에요.”

“그렇군요. 더할 나위 없이 귀엽습니다. 하지만 가엾게도…….”

“네?”

“따님에게 저주가 내려져 있군요.”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데없이 무슨 말이냐고, 노부타카는 큰소리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의 얼굴을 보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득 깨달았다. 이 여자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다!

“저주라뇨? 마리에한테 저주가 내려졌다고요?”

“네. 이 사진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무서운 꿈을 꾼다는 사람이 혹시 이 아가씨 아닌가요?”

“마, 맞아요. 최근 들어서 갑자기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매일 밤! 그, 그렇지만 저주라니……. 마리에는 이제 겨우 다섯 살이라고요. 누구한테 그렇게 미움받을 이유가 없어요!”

“……사람의 원한, 증오심이란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끓어올라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덮치는 법입니다.”

주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사람을 저주하는 인간에게는 상대가 어린아이든 아니든 상관없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저주는 저희 가게의 과자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으음, 〈재앙당〉의 〈지푸라기 인형 과자〉든지, 아니면…….”

주인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지만 노부타카는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분노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어떤 놈이야! 대체 누구 짓이야! 마리에를 저주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복수해 줄 테다! 찾아내서 흠씬 두들겨 패 버릴 거야!’

노부타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주인은 그런 노부타카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아주 드문 상황입니다. 손님에게 새로운 소원이 생긴 것 같군요. 처음 소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아주 강렬한 소원이……. 복수를 바라십니까?”

“다, 당연하지요!”

“……그 소원, 들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주인은 조용히 말하고는 가게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고 왔다. 사이다병처럼 생겼는데 안에 가득 든 금빛 액체가 찰랑거렸다.

주인이 유리병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마치 불꽃이 피어오르듯이 병 안에서 붉은 거품이 일어났다.

“〈역습 진저에일〉이라고 합니다. 나를 공격한 자를 찾아내서 복수하는 음료수지요. 물론 효과는 제가 책임집니다. 이걸 마시면 손님의 소원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주인의 속삭임에 노부타카는 눈을 번득거렸다.

‘이것만 있으면 마리에를 괴롭히는 놈을 해치울 수 있어! 이것도 사야지!’

노부타카가 손을 뻗어 병을 잡으려 하자 가게 주인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역습 진저에일〉을 사신다는 건 〈자장자장 모나카〉는 안 사신다는 뜻이지요?”

“네에?”

노부타카는 눈을 껌뻑껌뻑했다. 주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은 천천히 설명했다.

“저희 〈전천당〉은 한 번에 두 가지 물건을 팔 수 없습니다. 손님이 사실 수 있는 건 〈역습 진저에일〉, 아니면 〈자장자장 모나카〉 둘 중 하나뿐입니다.”

“그, 그런…….”

노부타카는 초조했다. 어떻게든 둘 다 팔 수 없냐고 부탁했지만 주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노부타카는 눈앞에 놓인 두 물건을 노려보았다. 〈자장자장 모나카〉, 〈역습 진저에일〉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역습 진저에일〉에 강하게 끌렸다. 마리에를 저주한 자식한테 복수해 주고 싶은 포악한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이 〈역습 진저에일〉만 있으면 그 바람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노부타카는 〈역습 진저에일〉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억지로 〈자장자장 모나카〉로 눈을 돌렸다.

마리에한테 진짜 필요한 것은 〈자장자장 모나카〉다.

〈역습 진저에일〉을 손에 넣으면 마리에를 저주한 범인을 혼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리에의 악몽이 사라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역시 〈자장자장 모나카〉다. 이것을 사는 수밖에 없다.

노부타카는 간신히 마음을 정했다.

“〈자장자장 모나카〉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격은 50엔입니다. 50엔짜리 동전으로 주십시오.”

노부타카는 지갑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침 하나 있던 50엔짜리 동전을 주인에게 건넸다. 주인의 표정이 웃음으로 확 바뀌었다.

“오늘의 보물 동전, 1985년에 발행한 50엔이 틀림없군요. 그럼 여기, 받으십시오.”

가게 주인은 연한 분홍빛 종이에 〈자장자장 모나카〉를 싸서 노부타카에게 건네주었다.

노부타카가 〈자장자장 모나카〉를 소중히 조심조심 가방에 넣고 있는데 주인이 못마땅한 듯한 말투로 불쑥 물었다.

“손님, 미련이 남으십니까?”

“네?”

“〈역습 진저에일〉을 골라야 했다고, 아직도 조금은 생각하고 계시지요?”

뜨끔했다. 가게 주인은 얼굴이 새빨개진 노부타카에게 빙긋 웃어 주었다.

“저주나 재앙은 깨뜨리고 나면 보낸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법입니다. 〈전천당〉의 과자는 반드시 따님의 저주를 깨뜨릴 수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될지……. 이미 아시겠지요?”

“앗!”

“〈자장자장 모나카〉를 선택하신 것이 정답입니다. 구입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주인이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과자 가게와 그 주변이 훅 어두워졌다.

덜커덩.

갑자기 몸이 흔들리며 노부타카는 정신을 차렸다.

버스 안이었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차창 밖을 내다보니 마리에가 입원한 병원이 보였다.

‘하, 그럼 아까 그건 꿈이었나?’

노부타카는 실망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열어 보았다.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있다!’

연분홍빛 작은 종이 꾸러미가 틀림없이 가방 안에 있었다.

‘〈자장자장 모나카〉! 꾸, 꿈이 아니었어!’

버스가 병원 앞 정류장에 멈추어 서자마자 노부타카는 버스에서 뛰어내려 부리나케 마리에의 병실로 달려갔다.

마리에는 축 늘어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침에 봤을 때보다 상태가 더 나빠 보였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생겼고 얼굴빛도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아내 기요미가 마리에 옆에 붙어서 어떻게든 재우려고 애썼지만 마리에는 “자는 거 무서워.”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자 노부타카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마리에 옆으로 다가갔다.

마리에가 아빠가 온 것을 알아채고서 반갑게 불렀다.

“아빠!”

“당신 왔네요.”

기요미도 마음이 놓이는지 말을 붙였다.

“와야지 그럼. 마리에, 괜찮아?”

“안 괜찮아! 주사 맞았어. 두 번이나.”

“그랬어? 우리 딸 아팠겠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 아빠가 과자 사 왔어. 마리에를 위한 특별한 과자야. 이걸 먹으면 다시는 나쁜 꿈 안 꿀 거야.”

“거짓말.”

“진짜야, 정말로. 아빠랑 약속할까? ……먹을 거지?”

“……응.”

노부타카는 〈자장자장 모나카〉를 마리에에게 주었다.

마리에는 한 입 먹자마자 눈을 반짝거렸다.

“맛있어!”

“그래? 다행이다. 마리에 과자니까. 다 먹어도 돼.”

“고마워요, 아빠.”

마리에는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볼이 미어지도록 모나카를 덥석덥석 먹었다. 요사이 먹을 건 입에도 안 대던 아이가…….

기요미도 잘 먹는 딸의 모습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당신, 이거……?”

“마법의 과자야. 마리에를 위한 마법 과자.”

어느새 마리에는 모나카를 다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곧 눈이 풀리더니 곧바로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노부타카도 기요미도 숨죽이고 딸을 지켜보았다.

언제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날지, 언제 울음을 터뜨리며 일어날지……. 가슴 졸이며 지켜봐도 끝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리에는 푹 잠이 들었다. 자다가 키득키득 웃기까지 했다. 즐거운 꿈을 꾸는 모양이다.

기요미는 눈물을 흘리며 노부타카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자고 있어! 우리 애가 자고 있다고! 정말로 마법의 과자였어? 어떻게 된 거야? 어디서 구했어?”

“샀어. 돈 주고 샀어.”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고서 노부타카는 행복하게 잠든 마리에에게 눈을 돌렸다. 지금은 그저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바라보고 싶을 뿐이었다.

다음 날, 마리에는 퇴원했다. 잠을 푹 잔 덕분에 눈 밑의 거무스름한 다크서클은 사라지고, 얼굴은 본래대로 장밋빛 생기를 머금었다. 게다가 즐거운 꿈을 꾸었다며 노부타카에게 조잘조잘했다.

 

 

“아빠, 다정한 동물이 등에 태워 줘서 밤하늘을 날아다녔어! 엄청 신기하게 생긴 동물이었어. 코가 코끼리처럼 기다란데 코끼리는 아니고, 금빛 털이 북슬북슬했어!”

“그랬구나! 재미있는 꿈을 꿔서 좋았겠네, 마리에.”

“응! 완전 최고였어! 앞으로도 밤마다 꿈에 놀러 와서 마리에를 지켜 준댔어. 그렇게 약속했어!”

딸아이의 웃는 얼굴에 노부타카는 기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해서 몸도 마음도 모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제 괜찮을 거야.’

노부타카는 안심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동료들이 다가와 물었다.

“노부타카 씨, 어제 어땠어요?”

“따님은 괜찮아요?”

“네, 이제 괜찮아요. 문제없다고 해서 오늘 아침에 퇴원했어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랬어요? 다행이네요!”

“다 나았다니 따님도 참 기특해요.”

“그러게요.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가장 괴로운 법이잖아요. 노부타카 씨가 새파랗게 질려서 뛰쳐나가는 것도 당연하죠.”

모두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며 안심하고 웃어 주었다.

격려와 웃음을 주고받다가 노부타카는 문득 생각이 났다. 동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와타누키는 아직 안 왔나?’

후배 와타누키 사토루는 자존심이 센 젊은 직원이다.

일을 하면 실수투성이인데 자기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부타카가 이것저것 일을 가르쳐 주었지만 한번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고마워하기는커녕 원망하는 눈빛으로 노부타카를 노려보고는 했다.

솔직히 말해서 꽤나 성가신 녀석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회사에 지각한 적은 없었다.

노부타카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른 동료에게 물었다.

“아, 맞다! 와타누키 씨는 오늘 쉴 거예요.”

“왜요?”

“어제 노부타카 씨가 조퇴한 다음에 꽤 큰 소동이 있었어요. 갑자기 와타누키 씨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금빛 괴물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한다고 막 소리를 질러 댔어요. 보는 사람이 다 무서울 정도로 괴로워하더라고요. 얼른 구급차를 불렀다니까요.”

“뭐라고요? 그게 몇 시쯤이었어요?”

“그러니까 세 시 반쯤?”

세 시 반. 정확히 마리에가 〈자장자장 모나카〉를 먹고 잠이 들었을 무렵이다. 게다가 금빛 괴물이라고? 마리에가 꾼 꿈에도 금빛 동물이 나왔다고 했다.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분노와 충격에 휩싸여 노부타카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그렇다면 와타누키가 마리에를 저주했다는 말인가?

왜? 왜 마리에를 저주했지? 와타누키는 나를 싫어했어.

그렇다면 나를 저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부타카는 와타누키에게도 마리에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보여 주곤 했다. 그래서 와타누키는 생각했을 것이다. 노부타카를 완벽하게 괴롭히려면 마리에를 괴롭히면 될 거라고.

그렇다. 아까 누군가 말했던 대로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가장 괴로운 법이잖아요.”

나쁜 자식이라고 되뇌며 노부타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만약 와타누키가 나타나면 힘껏 한 방 먹여야지.’

그러나 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와타누키는 그 뒤로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회사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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