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데모토는 숨을 헐떡이면서 어두운 밤길을 달렸다. 달리고 달려도 놈들이 쫓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제기랄, 경찰 자식들. 나 같은 좀도둑을 잡겠다고 일부러 지키고 있다니. 이런 쩨쩨한 자식들. 노릴 거면 더 큰 도둑이나 노릴 것이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그렇다. 히데모토는 도둑이다. 그것도 변변치 않은 좀도둑이다. 솜씨도 볼품없고 배짱도 두둑하지 않다. 기껏해야 빈집을 털거나 편의점 물건을 슬쩍하는 정도인데, 그것조차 번번이 실패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김밥을 슬쩍했는데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런 큰일이다!’
도둑 나름의 직감으로 남자들이 사복 경찰이란 걸 알아차렸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쫓아오고 있었다. 히데모토는 옆 골목으로 뛰어들어 발길 닿는 대로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어디를 어떻게 뛰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침내 캑캑 숨이 턱에 걸리고 나서야 히데모토는 걸음을 멈추었다. 귀를 기울여 보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사히 사복 경찰들을 따돌린 모양이다. 어두운 밤에 냅다 도망쳐 들어간 골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다행이었다.
히데모토는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더러운 땅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무릎이 덜덜 떨렸다. 숨도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마흔일곱 살이다. 10대, 20대 무렵에는 체력이 좋아서 도망치는 것도 쉬웠지만 요즘에는 그것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겨우 면했지만 다음번에는 잡힐지도 모른다. 진짜로 도망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공포감이 히데모토 마음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아아, 쉬고 싶다. 이 으스스한 공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마음 저 밑바닥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왔을 때였다. 문득 낯선 기운이 느껴져서 히데모토는 뒤돌아보았다.
좁다랗게 난 골목의 구석진 곳에 작은 가게 하나가 있었다. 오래 되어 보이는 건물인데 〈전천당〉이라고 적힌 멋진 간판이 걸려 있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영업을 하는 모양이다.
대체 뭘 파는지 눈을 비비고 살펴본 히데모토는 깜짝 놀랐다. 알록달록한 과자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과자 가게구나. 어릴 때 자주 갔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훔친 물건도 과자였어. 주인 할머니의 눈을 속여 새빨간 젤리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가슴을 벌렁거리면서 가게를 나왔었지. 그때부터 나는 바른 길에서 벗어나 도둑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거야.’
과거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느끼면서 히데모토는 빨려 들어가듯 과자 가게로 다가갔다. 경찰이 언제 쫓아올지 모른다.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 가게의 과자들은 히데모토의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쫀득쫀득 떡〉, 〈꾀병 물약〉, 〈해적 아몬드〉, 〈날씨 사탕〉, 〈부스스 철판 볶음〉, 〈요괴 사이다〉, 〈피노키오 땅콩〉, 〈한밤중 양갱〉. 그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한한 과자들이 많았다. 히데모토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차례차례 과자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가게 안쪽의 어두운 곳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미끄러지듯이 나왔다. 깜짝 놀란 히데모토 앞에서 커다란 그림자는 커다란 여자가 되었다.
히데모토보다 머리 두 개쯤은 더 컸다. 자줏빛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는 비녀를 여러 개 꽂았다. 얼굴은 아직 젊은데 머리칼은 새하얗다. 빨갛게 바른 입술로 묘하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
‘이 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히데모토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망칠 수도 없었다. 마치 그림자를 단단히 꿰매 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커다란 여자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심야 영업 중인 전천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천천히 구경하십시오.”
“아, 네, 저…….”
“저희 전천당은 행운의 손님이 원하시는 걸 들어드리는 가게입니다. 원하시는 물건을 골라 보십시오. 찾기 어려우시면 제가 찾아 드리지요. 자, 어려워 마시고 뭐든 원하시는 걸 말씀해 주십시오.”
여자가 스윽 다가왔다. 그 압도적인 기운에 눌려 히데모토는 속마음을 덜컥 털어놓고 말았다.
“도둑질의 달인이 되고 싶어. 누구보다 솜씨가 좋아서 잡힐 걱정 따위 할 필요도 없는 전설적인 도둑이 되고 싶다고!”
히데모토는 이렇게 말해 놓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도둑이라고 자백하는 꼴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농담이라고 변명하려 했는데 여자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딱 맞는 물건이 있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여자는 가게 안쪽 선반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그것은 빵이었다. 기름에 튀긴 빵이나 도넛처럼 보였는데 표면에 하얀 설탕이 뿌려져 있었다. 동그랗게 돌돌 말린 모양이 마치 콧수염처럼 생겨서 참 괴이했다. 투명한 비닐 포장에 〈괴도 롤빵〉이라고 쓰여 있었다.
히데모토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건 내 거야! 내 것이 되어야 할 운명이라고!’
이렇게 무언가가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어느 값진 금보다도 보물보다도 이 작은 빵이 귀하고 소중해 보였다.
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히데모토에게 가게 주인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괴도 롤빵〉입니다. 이거야말로 손님께서 찾으시던게 아닌가요? 어떻습니까? 가격은 100엔입니다.”
히데모토는 얼른 주머니에서 잔돈을 뒤졌다. 훔치는게 그의 일이지만, 훔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훔치는 것 따위는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주머니에서 나온 100엔짜리 동전을 히데모토가 건네자 여자는 웃는 얼굴로 받았다.
“틀림없이 1981년에 발행한 100엔짜리로군요. 자, 그럼 이걸 받으십시오.”
주인 여자가 〈괴도 롤빵〉을 내밀자 히데모토는 재빨리 잡아챘다.
‘됐다, 됐어. 됐다고!’
1억짜리 복권에 당첨되면 이런 느낌일까? 머리가 어찔어찔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런 히데모토에게 여자가 묘한 말을 속삭였다.
“장난은 정도껏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세상에는 손님보다 한 수 높은 운을 타고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걸 잊고 계시다가는 어쩌면…….”
그러나 그런 충고 따위 히데모토는 아무래도 좋았다.
〈괴도 롤빵〉을 손에 넣었으니 여기서 볼일은 다 끝났다.
얼른 빵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가게를 뛰어나왔다.
히데모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둡고 조용한 뒷골목에 서 있었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괴도 롤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끌렸다. 포장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괴도 롤빵〉
자유로운 변장에 미행은 특기!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고 대담하고 화려하게 도둑질하는 괴도 루팡! 그런 루팡을 동경하는 당신에게 괴도 롤빵이 제격이다. 괴도 롤빵을 먹으면 곧바로 ‘루팡 능력’이 갖춰진다! 당신 얼굴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당신이 훔치는 장면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 자, 우아하게 괴도의 세계로 출발하자!
출발하고말고!
히데모토는 비닐 포장을 찢어 버리고 빵을 꺼냈다. 꺼내 본 〈괴도 롤빵〉은 더욱더 매력을 뿜어냈다. 겉에 뿌려진 설탕이 작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히데모토는 빵을 한입 덥석 베어 물었다. 빵은 맛있었다. 겉은 바삭바삭했고 속은 핫케이크처럼 보들보들했다. 뿌려진 설탕의 단맛 또한 기가 막혔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히데모토는 단숨에 빵을 다 먹어 치웠다. 그러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세상에 무서운 거라곤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었다.
히데모토는 일어나서 느긋한 발걸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갔다. 밝은 길가로 나오자 마침 몇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낯익었다. 아까 자기를 쫓아왔던 사복 경찰이었다.
다른 때였다면 움찔해서 허둥지둥 옆길로 재빨리 들어갔을 것이다. 아니면 휙 발걸음을 돌려 죽어라 달아났거나.
그러나 〈괴도 롤빵〉을 먹은 탓인지 히데모토는 차분했다. 앞을 향해 남자들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 남자들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위험하다!’
하지만 경찰관은 바로 히데모토한테서 눈을 떼고 스쳐 지나갔다.
히데모토는 빙그레 웃었다. 〈괴도 롤빵〉의 힘은 확실한 모양이다. 그들이 히데모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루팡 같은 변장 능력을 히데모토가 갖게 된 것이다.
‘야호! 됐어! 이제 더 이상 잡힐 염려는 없어. 아니, 오히려 뭐든 맘대로 훔칠 수 있어!’
히데모토는 덩실거리면서 밤거리를 뛰어다녔다.
그 뒤로 히데모토는 훔치고 또 훔쳤다. 이제 빈집털이 따위의 시시한 짓은 하지 않는다. 한낮에 규모가 큰 보석 가게로 당당히 들어간다. 점원이 보는 앞에서 보석을 가방에 담아 당당히 걸어 나온다.
그래도 아무도 히데모토가 한 짓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설령 도둑맞은 걸 알고 쫓아와도 히데모토의 얼굴을 몰라 결국은 놓치고 만다.
이런 이상한 도둑질에 매스컴도 떠들썩했다. 매일같이 자기 얘기가 신문에 실리는 걸 보고 히데모토는 가슴이 설레었다.
‘세상이 나에게 주목하고 있어. 나는 진짜 대단한 놈이야. 좋았어. 여기서 더 나아가 볼까? 괴도 루팡처럼 도전장을 보내는 거야! 그렇게 해 놓고 멋지게 먹잇감을 훔치면 나의 명성은 더욱 올라가지 않겠어?’
그런 생각을 한 뒤로 히데모토는 ‘괴도 루팡’의 이름으로 경찰서에 도전장을 보냈다.

○월 ○일 ○시 ○분. ○○ 보석 가게로 티아라를 가지러 가겠다. 막을 테면 막아 봐라.
- 괴도 루팡으로부터 -
그리고 삼엄한 경비 속에서 노리던 먹잇감을 아주 간단히 훔쳐 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는 흥분과 스릴, 나는 대단하는 우월감, 매스컴이 무능한 경찰이라고 두드려 때리는 것도 속이 후련했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인가 보다.
히데모토는 점점 도둑질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무엇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훔치고 싶다.’라는 충동에 따라 움직였다.
괴도 루팡이 되고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어느 날 히데모토는 외국의 멋진 왕관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러시아 왕족의 왕관이었는데, 큼직한 에메랄드와 진주가 박혀 눈이 멀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한 왕관이라고 했다.
“이거 근사한데.”
히데모토는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정말이지 ‘괴도 루팡’의 먹잇감으로 어울릴 만하잖아.
과연 그렇지. 박물관에 전시되는구나. 그렇다면 가지러가 볼까?”
히데모토는 늘 하던 대로 경찰과 매스컴에 도전장을 보낸 뒤에 박물관으로 갔다. 괴도 루팡이 왕관을 노린다는 소문이 이미 퍼졌으니 박물관의 경비는 평소보다 삼엄했다.
‘이렇게 단단히 지켜 주다니, 고마운데?’
히데모토는 마음속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안됐지만 이런 건 나한테 전혀 통하지 않아. 나의 위대한 〈괴도 롤빵〉의 능력에는 안 통한다고!’
히죽거리면서 히데모토는 경비원 옆을 지나쳐 목표물인 왕관 앞에 섰다. 왕관은 특수한 유리 상자 안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텔레비전과 잡지에서 본 것보다 몇 배나 더 호화로워 보였다.
‘이건 팔지 말고 소장품으로 모셔 둬야겠어. 가끔 왕관을 쓰면서 왕이 된 기분을 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히데모토는 유리 상자를 쓰다듬었다. 단지 딱 한 번 쓰다듬었을 뿐인데 철컥 하고 상자의 잠금 장치가 풀렸다. 히데모토는 힘도 들이지 않고 상자에서 왕관을 꺼내 가방 속에 넣었다.
주변에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동요하지 않았다. 히데모토가 하는 짓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히데모토가 그곳을 벗어나고 1분쯤 지나서야 사람들은 왕관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히데모토는 웃으면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 출구로 향했다. 그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손목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동시에 큰 소리가 울렸다.
“괴도 루팡!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히데모토는 어안이 벙벙해서 뒤돌아보았다. 거칠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은 히데모토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히데모토는 자기도 모르게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었다.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왜지?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잡힌 거지?’
너무 혼란스러워 몸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웅성웅성하며 술렁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왕관이 없다!”
“여기다! 지금 루팡이 체포되었어!”
“잉? 저 사람이야? 저 사람이라고?”
“뭐야, 그냥 아저씨잖아. 진짜 루팡 맞아?”
탁탁탁.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경찰관 몇 명이 뛰어왔다.
“미카와 형사!”
“보시는 바와 같아요. 이놈이 루팡이에요. 말보다 증거가 확실하지.”
미카와 형사라고 불린 험악해 보이는 남자는 히데모토의 가방을 뒤져 왕관을 꺼냈다.
우우우 하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주변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저 사람이 전설의 형사야.”
“나도 알아. 지난번 은행 강도를 잡았던 사람이잖아.”
“그리고 또 유괴 사건도 해결했을걸?”
“저 사람이 루팡을 잡았구나. 역시 대단한 경찰이야.”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미카와 형사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초라한 괴도 루팡, 히데모토에게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사실이 히데모토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찰칵찰칵.
기자들의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 히데모토는 경찰차에 태워졌다.
히데모토는 좁은 차 안에서 간신히 제정신이 돌아왔다. 잡혔다. 잡힐 리가 없는데 잡혔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히데모토가 머리를 감싸 쥐고 소리를 질렀다.
“이럴 리가 없어. 나, 괴도 루팡이 잡힐 리가 없다고.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이럴 수는 없어!”
“아니, 현실이야.”
어느새 미카와 형사가 히데모토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카와 형사는 날카롭게 히데모토를 노려보았다.
“이 자식, 내가 사고로 입원했던 동안 잘도 설치고 다녔더군. 경찰들을 아주 바보 취급하고 말이야. 앞으로 감
방에서 콩밥이나 실컷 먹고 반성하라고.”
교도소 얘기가 나오자 히데모토는 몸을 벌벌 떨었다.
그래도 단념하지 못하고 집요하게 소리쳤다.
“꿈이야!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고! 내가 잡힐 리가…….”
“어이가 없군. 왜 잡힐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왜냐면 나는 루팡이니까. 그 가게의 과자를 먹었다고! 그런 괴도 루팡이 경찰 따위한테 잡힐 리가…….”
“이 봐, 이 봐!”
미카와 형사가 히데모토의 목덜미를 확 잡아챘다. 얼굴색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네가 말하는 과자 가게가 혹시 〈전천당〉이냐?”
“뭐어?”
히데모토는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이 형사가 그 과자 가게를 알고 있는 건지 놀랐다.
“형사님……. 다, 당신, 그 가게를…….”
“그럼, 알고말고.”
히데모토는 점점 더 파랗게 질렸다. 쿵쾅쿵쾅 심장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너, 거기서 뭘 샀어?”
“……〈괴도 롤빵〉.”
“응? 그래, 맞아. 그런 것도 분명히 있긴 있었어. 네가 그걸 샀다고? 정말 한심한 놈이군.”
“나, 나야 그렇다 치고, 형사님은 어떻게 그 과자 가게를 아는 거요?”
미카와 형사는 피식 웃으며 히데모토의 목덜미를 놓았다.
“난 어려서부터 나쁜 놈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경찰 대학에 들어갔을 때 우연히 그 과자 가게에 가게 됐지. 거기서 〈정의의 히어로 - 형사 푸딩〉이라는 과자를 샀어. 그걸 먹은 덕분인지 지금까지 어떤 나쁜 녀석도 놓친적이 없어.”
미카와 형사는 씽긋 웃어 보였다.
“이제 알겠나, 괴도 루팡 씨? 정의의 히어로에게 잡힌거니까 포기하시라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히데모토는 소리를 질렀다.
“같은 가게의 과자잖아. 그런데 내가 산 〈괴도 롤빵〉이 당신의 〈정의의 히어로 - 형사 푸딩〉보다 효과가 약하다니. 그, 그건 납득할 수가 없어.”
거기까지 소리를 지르다가 히데모토는 문득 생각이 났다. 그 과자 가게 여자가 마지막에 한 말이…….
‘장난은 정도껏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세상에는 손님보다 한 수 높은 운을 타고난 사람도 계시니까요. 그걸 잊고 계시다가는 어쩌면…….’
“출발하지.”
미카와 형사는 운전석의 경찰관에게 말했다.
넋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히데모토를 태우고 경찰차는 달려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