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북

 

마유미는 우울했다. 내일부터 체육 시간에 수영을 배우기 때문이다.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걸 생각하기만 해도 이 더위에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마유미는 수영을 하나도 못한다.

아니, 못한다기보다 물이 무서워 죽겠다.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미쳐 버릴 것 같다.

차가운 물에 삼켜진다. 바위처럼 물에 가라앉아 물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이대로 죽어 버리면 어떡하지!

머릿속에서 와락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허우적 허우적 발버둥을 치다가 물만 실컷 먹는다. 그러다 결국 선생님에게 구조되는 신세가 된다.

내일부터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친구들 앞에서 또다시 보일 걸 생각하니 정말 싫다.

엄마한테 몸이 안 좋아서 수영을 못 하겠다고 선생님께 대신 말해 달라고 할까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엄마는 “그런 소리 해서 어쩌자고. 올해에는 꼭 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하고 핀잔줄 게 뻔하다.

‘수영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물이 공포스럽지만 않으면 좋겠어. 그렇게 죽을 것 같지만 않으면 수영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느릿느릿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누가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유미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마유미는 학교와 집 사이에 있는 상점가에 와 있었다. 지름길이기도 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아서 집에 갈 때는 언제나 이 길로 다녔다. 나란히 있는 가게들도 전부 다 훤히 알고 있다.

그런데 그날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게가 마유미 눈에 띄었다. 튀김 가게와 건어물 가게 사이에 난 좁은 샛길 안쪽에 과자 가게가 있었다. 골목 벽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모양이 마치 상점가에서 몸을 숨기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게 앞에는 알록달록한 과자가 잔뜩 놓여 있어 한눈에 띄었다.

마유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에 과자 가게가 있었나?’

이 길은 수백 번도 더 다녔지만 저런 가게는 본 적이 없다. 오늘 아침에 이곳을 지났을 때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 오늘 오픈했나?’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가게가 너무 낡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과자를 팔던 분위기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마유미는 잠깐 구경하려고 샛길로 들어섰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상점가의 활기찬 기운이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이 마유미를 감쌌다.

그러나 마유미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는 눈앞의 과자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까.

본디, 과자 가게는 신비로운 매력을 갖고 있는 법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빨간색이나 초록색으로 된 젤리와 사탕이 병에 잔뜩 채워져 있는가 하면, 밋밋한 전병과 꼬마 도넛, 거뭇거뭇한 맛동산 과자 등이 어수선하게 놓여 있기도 하다.

그런데 마유미가 발견한 과자 가게 〈전천당〉의 물건들은 보통 과자와는 사뭇 달랐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겉모습은 흔한 과자 가게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

별한 힘이 숨어 있다. 하나하나가 그런 독특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작은 껌 하나조차 특이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면 과자 이름도 색달랐다. 〈고양이 눈깔사탕〉, 〈뼈 사랑 칼슘 캔디〉, 〈전투 캐러멜〉, 〈어둠의 칵테일〉, 〈요괴 껌〉, 〈은화 초콜릿〉, 〈마네키네코 떡〉, 〈무지개 물엿〉, 〈후들후들 유령 젤리〉, 〈아가아가 봉〉, 〈거북등딱지 사탕〉, 〈소풍 도시락〉, 〈제비알 만주〉, 〈박쥐 전병〉 등등.

듣도 보도 못한 과자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오자 마유미는 흥분했다.

‘우아아! 이거 뭐야, 재미있네! 〈정답오답 스낵〉에 〈섭섭빵〉? 〈마피아 맛 초코 소라빵〉은 뭐지? 〈아라비안 라이스 셰에라자드 맛〉? 대체 이게 다 뭐야?

정신없이 보고 있는데 가게 안쪽 어둠침침한 곳에서 누가 쓰윽 나왔다.

옛날 동전 무늬가 들어간 자주색 기모노(일본의 전통 의상)를 입었는데, 퉁퉁하게 살이 쪄서 마치 운동선수 같은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굵게 말아 올린 머리카락은 새하얗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아니다. 주름 하나 없는 얼굴에 빨간 립스틱을 발라서인지, 아니면 알록달록하고 커다란 유리알 비녀를 몇개나 꽂아서인지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젊은 것 같지도 않다.

마유미는 아주머니라고 단정 지었다.

아주머니는 싱긋 웃더니 말을 붙였다. 어째 으스스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전천당입니다. 행운을 바라시는 분들만 찾아낼 수 있는 과자 가게지요. 행운의 손님께서 원하시는 소원을 이 베니코가 반드시 이루어 드립니다.”

노래를 부르는 듯한 억양으로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마도 이 사람 이름은 베니코이고, 이 과자 가게의 주인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참 이상한 말을 한다. 행운?

망설이는 마유미를 베니코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래요. 소원이 무엇입니까? 어떤 고민을 해결하고 싶으시죠?”

그것은 과자를 권하는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그 말은 곧장 마유미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 마유미는 베니코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수영을 잘하고 싶어요!”

빙긋 하고 베니코가 웃었다.

“그렇다면 꼭 맞는 과자가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베니코는 과자가 빼곡하게 놓여 있는 선반에서 필통 크기만 한 상자를 꺼내 마유미에게 보여 주었다. 상자에는 〈인어 젤리〉라고 쓰여 있었고, 앞면에는 귀여운 인어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상자를 보자마자 마유미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미 과자 상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갖고 싶다. 이건 내 거다. 꼭 손에 넣어야 한다.

“어, 얼마예요?”

 

 

 

“10엔입니다. 10엔짜리 동전, 갖고 계시지요?”

베니코의 눈이 수상하게 빛나는 것을 마유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허둥지둥 가방에서 필통을 꺼냈다. 마유미는 휴대 전화가 없어서 여차하면 공중전화를 걸 수 있도록 언제나 동전을 필통 안에 넣고 다닌다.

‘있다! 10엔!’

그 10엔을 베니코에게 건네자 베니코는 가만히 동전을 살피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1967년에 발행한 10엔이 틀림없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것은 손님 것입니다.”

마유미는 건네받은 상자를 꼭 끌어안았다. 갖고 싶은걸 손에 넣은 행복감에 머리가 멍해졌다. 그런 마유미의 귓가에서 베니코의 목소리가 마법처럼 울렸다.

“안에 설명서가 있으니 잘 읽어 주세요. 알겠지요? 반드시 읽으셔야 해요.”

“네.”

꿈을 꾸듯이 마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 기묘한 꿈을 꾼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손에 쥐어진 〈인어 젤리〉 상자가 똑똑히 보였다.

‘꿈이 아니야!’

바로 상자를 열어 보았다. 가루가 한 줌 들어 있는 작은 비닐 봉투와 조금 두툼한 플라스틱 틀이 나왔다. 틀에 옴폭옴폭 파인 모양이 영락없는 인어였다. 그리고 접힌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다. 펼쳐 보니 젤리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인어 젤리 만드는 방법〉

젤리 가루를 40cc의 물에 잘 녹인 다음 틀 안에 따른다.

한 시간이 지난 뒤에 젤리가 굳으면 틀에서 꺼내 먹는다.

 

그 뒤에도 설명이 쓰여 있었지만 마유미는 그냥 지나쳤다. 빨리 젤리를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부엌으로 뛰어가 계량컵을 이용해 정확히 40cc 물을 그릇에 담았다. 거기에 젤리 가루를 전부 넣고 숟가락으로 저었다. 금세 투명한 푸른 주스가 만들어졌다. 상당히 걸쭉했다. 그것을 틀 안에 붓고 두근두근 설레면서 기다리기를 한 시간. 틀에서 굳은 젤리를 살살 꺼냈다.

멋진 인어 젤리가 만들어졌다. 신기하게도 몸 부분은 하얗고 꼬리 부분은 파랗다. 머리카락은 정신이 번쩍 들것 같은 초록색이다. 부어 넣은 주스는 파란색 하나였는데 어떻게 이런 색으로 나뉘었을까?

어쨌든 정말 잘 만들었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씹기가 아까워서 마유미는 날름 핥아 보았다.

“우아, 맛있어!”

젤리는 말도 안 되게 맛있었다. 콜라처럼 톡 쏘는 데다 망고같이 진하게 달콤한 맛이 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까운 마음은 어디로 가고 마유미는 우적우적 인어 젤리를 먹어 치웠다.

그날 밤 마유미는 인어가 되어 깊고 투명한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꿈을 꾸었다.

다음 날 마유미는 몹시 목이 말랐다. 우유와 물을 마셨는데도 도무지 목마름이 가시지 않았다. 목마름 때문에 수영에 대해서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체육 시간이 되었다. 마유미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 앞에 서자마자 물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느 때라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던 물의 흔들림이 마유미를 다정하게 부르고 있었다.

‘하아, 더는 못 참겠어.’

준비 운동을 하고 샤워도 해야 하다니 애가 타서 견딜수가 없었다.

마유미는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물속으로 들어가자 타는 듯한 목마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물속은 고요하고 차갑고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거야. 이게 내가 간절하게 원했던 거야.’

선생님이 큰소리를 지르며 마유미를 잡으려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잡힐까 봐?’

마유미는 물고기처럼 달아났다. 슈욱, 주르륵 선생님 주위를 놀리듯이 헤엄치다가 달아나 버렸다. 반 아이들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맥주병 마유미가 저렇게 수영을 잘하다니.

결국 선생님도 포기하고 마유미를 놔두기로 했다. 모두가 물장구를 연습할 동안 마유미는 마음 내키는 대로 실컷 물속에서 보냈다. 어떤 헤엄도 칠 수 있었다. 자유형, 평영, 접영까지. 땅 위에서 걷거나 뛰는 것보다 헤엄치는 게 더 편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마유미는 마지못해 수영장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다시 그 목마름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심했다. 몸이 바짝바짝 말라 버릴 것 같았다. 반 친구들이 다가와서 칭찬해 주었지만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피부가 건조해져서 기분이 나쁘다. 버석버석하다.

점심시간쯤 되자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건조했다.

게다가 다리 근처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생각지 않게 세게 긁었을 때였다.

우두둑. 이상한 소리가 나고 무언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파랗고 얇았다. 마치 유리 조각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물고기 비늘하고 비슷했다.

‘비늘?’

마유미는 놀라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아무한테도 보이지 않게 문을 닫고 치마를 걷어 올렸다.

“말도 안 돼!”

허벅지 근처에 파란 비늘이 나 있었다. 아직은 아주 일부에만 있었지만 보고 있는 사이에도 점점 번졌다.

마유미는 당황해서 비늘을 벗겨 내려고 했다. 막 나기 시작한 비늘은 간신히 벗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난 비늘은 벗겨지지 않았다. 살에 단단히 붙어 있어서 긁어내려 하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큰일 났다. 어떡하지? 이대로 두면 사람들한테 비늘을 들키고 말거야. 점심시간도 슬슬 끝나 가는데……. 이렇게 되면 도망가는 수밖에 없어.’

선생님께 아무 말도 안 하고 학교에서 도망치려니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비늘을 들키는게 더 무서웠다. 마유미는 밖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재빨리 화장실에서 뛰어나왔다. 길게 이어진 복도를 달리고 달려 학교에서 벗어났다. 그대로 집까지 오로지 달리기만 했다.

다행히 엄마는 집에 없었다. 장을 보러 나간 모양이다. 안도의 숨을 쉬면서 다리를 봤더니 비늘이 무릎 근처까지 퍼져 있었다. 목마름도 더욱 심해졌다. 목이 마른 것이 아니라 비늘이 말라서 괴로운 것이었다.

마유미는 옷을 입은 채로 욕조 안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겨우 마음이 진정되었다. 물에 잠긴 채 마유미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도대체 왜…….’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인어 젤리〉. 그걸 먹은 뒤로 그렇게 무서웠던 물이 만만해졌다. 그걸 먹은 뒤로 물고기처럼 헤엄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먹었기 때문에 비늘이 자라났고 물 없이는 견딜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어떡하면 좋지?’

수영을 잘하고 싶기는 했지만 이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비늘은 이미 발목 근처까지 번졌다. 이대로라면 금방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발끝이 지느러미로 변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렇게 돼 버리면 어떡해야 할까?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안에 설명서가 있으니 잘 읽어 주세요. 알겠지요? 반드시 읽으셔야 해요.’

마유미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생각났다. 그렇다.

그 이상한 과자 가게의 주인 베니코. 그 사람이 말했다.

안에 든 설명서를 잘 읽으라고. 어쩌면 무언가 쓰여 있을 지도 모른다.

 

 

 

마유미는 욕조에서 나와 물을 줄줄 흘리면서 자기 방으로 갔다. 책상 서랍에 넣어 둔 〈인어 젤리〉 상자를 꺼냈다. 상자도 틀도 모두 기념으로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만드는 방법이 적힌 설명서도.

마유미는 그 자리에 서서 설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지난 번에는 건성으로 읽어서 몰랐는데, 만드는 방법 아래

에 ‘주의 사항’이 쓰여 있었다.

 

〈주의 사항〉

젤리를 다 먹고 나면 반드시 소금물을 한 스푼 마십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서서히 인어로 바뀔 수 있습니다.

 

“아아, 역시! 어떡하지? 왜 좀 더 찬찬히 주의 사항을 읽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다. 눈물이 와락 쏟아졌지만, 마유미는 주의 사항 뒤에 글이 더 적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얼른 읽어 보았다

 

만약 소금물을 마시지 않아 인어화가 진행되었을 때는 함께 든 가루로 인간 젤리를 만들어 드십시오. 다만, 완전히 인어화가 끝난 뒤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인간 젤리〉? 그, 그런 것도 있었나?”

마유미는 서둘러 상자 안에 든 틀을 살폈다. 틀 두 개가 포개져 있는 걸 발견했다. 포개져 있던 틀을 뗐더니 인어 모양의 틀 아래에서 인간 모양의 틀이 나왔다.

‘이거다! 그렇지만 젤리 재료가 없잖아. 아냐, 포기하지 말자. 좀 더 잘 살펴보면 무언가 더 나올지도 몰라.’

열심히 찾아봤더니 상자 아랫 부분에서 작은 비닐 봉투가 손에 잡혔다. 안에는 젤리 가루가 들어 있었다.

‘아! 있다!’

서둘러야 한다. 마유미는 부엌에서 젤리 가루에 물을 섞은 뒤 틀 안에 부었다. 이번 주스는 하얀색을 띠었다.

이제 한 시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여기서 기다릴 수 없다. 몸이 건조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마유미는 젤리와 시계를 욕실로 가지고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욕실에 도착했을 즈음 발끝이 지느러미처럼 바뀌고 있어서 걷기도 서 있기도 쉽지 않았다.

마유미는 욕조에 들어가서 오로지 한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점점 두 다리가 서로 들러붙는다. 정말로 물고기처럼 되어 가고 있다.

‘제발 부탁이야. 빨리빨리.’

가끔 젤리를 찔러 보았다. 거의 다 굳었다.

‘이제 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냐, 서두르면 안 돼.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마지막 1분까지 기다려야 해. 그렇지만 제발 빨리!’

이제 3분 정도만 지나면 한 시간이 끝나려고 할 때였다. 그때 벌컥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돌아왔다!

“아니 이게 뭐야! 물바다가 됐잖아! 마유미? 마유미, 너 벌써 왔니?”

엄마 목소리가 났다. 이어서 들리는 발소리. 바닥에 떨어진 물을 따라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큰일났다, 큰일이야!’

“마유미? 너 목욕하니?”

‘으아아, 이제 끝장이야!’

1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마유미는 버틸 수가 없어서 틀에서 젤리를 잡아 꺼냈다. 젤리는 여자아이 모양이었고 두 다리가 흐느적대며 흔들리고 있었다. 마유미는 그 젤리를 거의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켰다.

꿀꺽.

삼키는 것과 동시에 욕실 문이 열렸다. 얼굴을 들이민 엄마는 마유미를 보고서 눈이 동그래졌다.

“너 뭐 해? 왜 옷을 입은 채로 욕조에 들어가 있어?”

“더, 더워서요. 샤워하고 싶어서……. 옷 벗기도 귀찮고…….”

마유미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리를 보이지 않으려고 가능한 몸을 움츠리면서.

엄마의 눈이 삐쭉 올라갔다.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옷을 입고 샤워하는 게 말이 되니? 어이없네. 나와, 빨리!”

마유미는 혼날 각오를 하고 욕조에서 나왔다. 깜짝 놀랐다. 비늘이 사라지고 없었다. 발끝도 멀쩡하게 돌아와 있었다. 젤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1분이 모자랄까 봐 불안했는데.

마음이 놓이자 눈물이 흘러나왔다.

“으아앙, 다행이야.”

“다행이긴 뭐가 다행이야! 온 집구석이 물바다잖아.

왜 이렇게 된 거야? 네 설명을 들어야겠어!”

딱딱거리는 엄마의 잔소리조차 마유미는 기뻤다.

이렇게 해서 마유미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걸 깨달은 것은 다음 수영 수업 때였다.

이상하게도 마유미는 전혀 물이 무섭지 않았다. 무섭는커녕 아주 조금이지만 수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인어 젤리〉의 효과가 조금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인간 젤리를 굳히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고.

만약 그때 주의 사항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마유미는 정말이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다시 〈인어 젤리〉를 사 와서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그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에는 두 번 다시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찾아도 과자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상점가의 샛길은 그냥 길로 바뀌어 버려서 가게가 있던 흔적조차 없었다. 상점가 사람들도 그런 과자 가게는 본 적도 없고 모른다고 했다.

전천당이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에 마유미는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그 가게에 재미있어 보이는 과자가 많았는데……. 만약 다른 아이가 그 가게를 발견하면 어떤 과자를 살까?

그리고 그 과자는 어떤 신기한 마법을 보여 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마유미는 수영장으로 간다. 수영이 재미있어져서 수영장에 다니게 된 것이다.

자신이 미래에 유명한 수영 선수가 된다는 것을 그때의 마유미는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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